주역의 괘상은 3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兌) ☴(巽) ☶(艮) ☳(震) ☵(坎) ☲(離) ☰(乾) ☷(坤) 이 팔래는
만물의 뜻을 상징한다. 그런데 팔괘를 표현하는 것이 왜 하필 3획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왜 1이나 2도 아니고,
4나 5도 아닐까. 반드시 3인 이유가 있을까?
왜 3인가? 하는 의문은 주역의 괘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팔괘가 만물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하려면 팔괘가
3으로 이루어진 이유가 밝혀져야 한다. 과학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왜 공간이 3차원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공간은 근본적으로 무한히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공간이 왜 3차원이란 말인가?
3차원이란 가로, 세로, 높이 3가지 요소로 되어 있는 데, 우리가 사는 우주가 그렇게 구성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철학적 문제이기도 한데, 노자는 삼생만물(三生萬物)이라고 하여 3의 중요성을 이미 말한 바 있다.
다만 그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는 현대과학에서 의문을 제기했고 또한 답도 내놓았다. 먼저 이것을 살펴보자. 실제로 존재하는 공을
하나 떠올려보자. 여기에서 구멍을 2개 뚫어보자. 공은 유지되는가? 유지된다. 이번에는 2차원인 원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원에도 구멍을 2개 뚫어보자. 어떻게 되는가? 이제는 원이 더 이상이 원이 아니게 된다.
여기서 원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은 2차원 존재인 원이 1차원인 선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그러나 3차원 존재인
공에다 구멍을 뚫는다고 해서 2차원 존재로 바뀌지 않는다. 4차원이나 5차원 또는 그 이상 차원을 가진 존재도
이와 마찬가지로 구멍을 뚫어도 존재가 바뀌지 않는다. 3차원은 구멍을 뚫어도 바뀌지 않는 최초의 존재다.
3이란 완결조건이기도 하다. 카메라를 놓는 삼발이(tripod)도 다리가 3개여서 땅 위에 설 수 있다. 평면에서는
삼각형이 최초로 만들어지는 도형이다. 3은 다른 세계에서도 존재한다. 오늘날 과학계에서는 물질은 끈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양 끝이 서로 만나야 안정이 된다. 이때 만남이란 위상수학에서 3이라고 표현한다. 2개의
요소가 있고 그것을 연결하려면 하나의 요소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3이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자. 우주에 어떤 사물이 하나가 있으면 반대 성질이 반드시 있기에 2개의 사물이 최초의
사물 숫자가 된다. 그런데 2개의 사물이 존재할 때, 그것이 서로 만나는 경우와 만나지 못한 2가지 상태가 있다.
서로 만나지 못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두 사물이 영원히 비교될 수 없다면 이는 하나의 사물만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2개의 사물이라 해도 서로 비교될 수 있어야 2개인 것이다. 비교라는 요소는 아주 중요하다. 남녀가
있어서 상대를 영원히 만나지 못하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별할 수가 없다. 즉,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두 존재 + 만남 → 3
세상이 3으로부터 시작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외에 3의 절대성은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다. 존재란
3개일 때부터 뜻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주역의 괘상은 3획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3이란 완결된 존재
단위다.
오늘날 사회를 보면 입법, 사법, 행정이 있어서 안정이 된다. 가정도 남편과 아내, 자식이 있어야 안정되게된다.
재판 제도도 3심으로 되어 있는데, 그래야 두 성향과 중립이 있어 공정해진다. 과반수 결정에 있어서, 구성원이
최소 3인이 있어야 한다. 2명밖에 없으면 영원히 가결될 수 없다. 서로 반대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친구도
3명이 있으면 잘 유지된다. 서로 싸울 때 중재자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온통 3으로 되어 있다. 이는 존재의 전제조건인 것이다. 주역에서 팔괘가 3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만물의 뜻은 3에서 나온다는 걸 의미한다.